전국체전이 싱겁게 끝나고 산왕공고 농구부는 2주간의 휴식을 가졌다. 방학의 방학인 셈인데 그동안에도 주전들은 자율 연습을 위해 학교에 남았다. 3학년들은 휴식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은퇴할 예정이었다.

“명헌이 형! 주장! 아 여기 좀 보라니까요!“

벼락치기 영어 공부 시작했다던 2학년 정우성은 흔치 않게 하루 휴식을 취한 뒤 웬 카메라를 가지고 나타났다. 즉석 현상 필름을 쓰는, 장난감처럼 생긴 카메라였다.

정우성은 카메라에 이명헌을 담으려고 안달이었다. 신현철, 최동오, 김낙수와 정성구의 즉석사진을 들이밀며 다른 형들은 다 찍어줬다고 자랑 동시에 불평이었다. 명헌이 형 못생기게 나올까봐 그래요? 현철이 형도 찍었는데 뭐… 정우성이 의도된 실언 후 신현철을 피해다니는 동안 이명헌은 딱 그만큼 카메라를 비켜다녔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예측 가능한 것이 될 때까지 관찰한다. 이명헌에게는 기민함과 순발력 외에도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해두는 발군의 상상력이 있었다. 수 만번의 연습을 거듭한 이명헌에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란 거의 없었으나, 올 여름 그 기록은 보기좋게 깨졌다. 하나는 북산이었고, 또 하나는…

“그만 울어 뿅.”

“형은 이 상황에도 뿅이에요?”

정우성은 울먹거리면서 스포츠백에 운동화를 마저 넣었다. 부원들은 이미 라커룸을 비우고 원정 버스에 올랐다. 울다 그치다 하던 정우성과 키 반납 책임자인 이명헌만이 남아 있었다. 평소에도 쉽게 우는 정우성이었지만 오늘은 스콜이었다. 다 쏟아냈나 싶으면 또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