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결제일.
숙박 업소의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다. 산왕공고 농구부 락커룸 문 뒷편에 붙어 있는 주장으로부터의 메시지다. 그 전해에는 ‘압도’였고 전전해에는 ‘승리’였다는데 이명헌이 주장이 되어 내건 목표는 다름아닌 ‘청결’이었다.
고등학교 남자 농구부 중에서 산왕공고 농구부가 특히 지저분한 것은 아니다. 운동하면 땀나고 땀나면 샤워하고. 락커룸에서는 땀내 나는 순간만큼 비누향도 많이 돌았다. 3mm 두발규정 때문에 최동오 제외하면 다들 샴푸도 따로 안 써서 에코프렌들리하기까지.
그러나 이명헌의 청결에의 집착은 남달랐다. 손소독제와 알콜 스왑 상비(그에게서는 알콜 냄새가 났다…), 항상 지참하는 손수건은 때 한 점 묻지 않은 흰색 거즈면 손수건. 우락부락한 녀석들한테 손수건 들고다니라는 소리까진 하지 않았지만 기침할 때 팔꿈치 안쪽으로 입을 가리지 않으면 어김없이 경고가 떨어졌다.
청결의 연장선상일까? 이명헌은 체모 관리도 철저했다. 항상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그의 털은 수염 뿐만이 아니었다. 말끔한 겨드랑이에는 무향의 데오드란트도 잊지 않는다.
운동 직후의 습하고 뜨거운 락커룸은 이명헌에게는 지옥의 끓는 불가마였으며 정화의 대상이었다. 경기 중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땀을 흘린 채로는 이명헌에게 가까이 갈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 오로지 태어나길 무색무취무향으로 태어난 반투명인간 김낙수만이 이명헌의 깊은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 정우성은 도무지 이명헌을 만질 도리가 없었다.
100일을 갓 넘긴 남자친구였다. 이것도 정우성 인생의 성취라면 성취였다. 여름 내내 주장 팔 근육 등 근육만 흘끔거리며 보다가 미국으로 출발하기 두 시간 전에 급속 고백했다. 사귀자고 하면서 거의 매달렸다. 그 정도로 좋아하진 않았는데 이제 모국과 연이 끊어진다고 생각하니까 절박해져서 그랬나. 놀랍게도 이명헌의 대답은 오케이였다. 공항에서 따개비처럼 늘러붙은 정우성을 떼어내고 손소독제를 바르면서 ‘알겠다 뿅’. 그리고 곧 헤어졌다.
“농구 관뒀냐 뿅.”